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2020년 2월 5일. 정확히 1년 전 오늘 5년째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둔 날입니다.

실제 입사일이 2015년 3월이었기 때문에 햇수로 따지면 6년 차? 였던 거 같네요 ㅋㅋ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했을때 주변에서 많은 걱정과 응원을 보내준 게 기억납니다.

주변에 자주 보는 친한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그래 넌 언젠가 갈줄 알았어"라고 말했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왜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나를 잘 안다 -> 넌 스타트업 가야 돼 ㅋㅋㅋ
나를 모른다 -> 왜감? ㅋㅋㅋ

 

오늘도 수많은 분들이 대기업 -> 스타트업 이직을 고민하거나, 혹은 첫 직장을 대기업을 갈지 스타트업을 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혹은 스타트업 -> 대기업인 케이스도 있겠네요. 

 

정답은 없겠지만, 제 경험이 도움이 될까 해서 이직 시점에 생각했던 점과 이직 후 느낀 점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아주 솔직하게 ㅋㅋㅋ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이유

 

일단 저는 상당히 많은 이유를 가지고 스타트업에 이직했습니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유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ㅋㅋ

 

일단 이유를 말씀드리기 전에 제가 어떤사람이고 어떻게 회사생활을 했는지 설명을 좀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일일이 썰을 풀면 재밌긴 한데 너무 길어지니까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ㅋㅋ

 

일단 전 대기업 치곤 좀 자유로운 영혼이였고, 상사 눈치 전혀 안보는 건방진 사원이었습니다 ㅋㅋㅋ 회식도 가자고 하면 그냥 가기 싫다고 안 가던 사원이었죠. ( 용감 )

 

이렇게 용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맡은일만 잘 해낸다면, 즉 공적인 일들만 잘 처리한다면 회사생활에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웃고 떠들기 위한 회식이면 즐겁게 가겠지만, 가서 팀장이나 과장들 하소연이나 듣고 술 취해서 똑같은 말 몇 번 듣다 보니까 제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아무튼 그래서 맡은 일 충실히 하되 하기 싫은 건 안 하는 사원이 되었습니다. 충실히만 하진 않고 엄청 열심히 잘해서 평가도 잘 받았고, 회사 전체에서 나름 이름 있는 사원이 되었고, 그룹사 방송에도 출현해서 기술에 대해 얘기하는 등 나름 핵심 사원이었죠.

 

그런데 왜 이직했냐면,,

 

1. 기술 스택

이게 사실 가장 큰 이직 사유였는데요, 제 업무는 C를 이용한 서버 개발 및 운영이었는데, 이걸로는 이름 있는 큰 IT회사로 이직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스택이 맞는 게 없어서 ㅋㅋ) 개발자라면 당연히 구글 아마존 카카오 라인 네이버 같은 데서 일하고 싶잖아요? 근데 C를 사용하는 곳은 별로 없어서 경력으로 이직하기에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물론 개인 공부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용해 많은 영역을 공부했습니다. AI도 해보고 웹서버도 해보고 자격증도 따 보고,, 아마 제 블로그를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정말 다양한 영역을 공부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력에 적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실무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힘이 없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것은 개인적인 공부를 실무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개인적인 공부가 아니더라고 신기술에 대해 적용해볼 수 있는 회사인데, 제가 다녔던 대기업은 아니었습니다. 

 

 

2. 구성원

구성원은 일단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같은 팀에 속해서 같이 일하는 구성원과 다른팀이지만 같은 회사에 있는 구성원입니다. 

 

같은팀 구성원 같은 경우 몇몇 고인물들 (10년 차 넘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좀 짜증 났는데요,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 부동산 보다가 퇴근하는 과장이나 매일 술 먹고 아침에 출근해서 빌빌대다가 저녁에 다시 술 먹으러 가는 과장, 차장 등 꼴물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나보다 돈을 더 받고 대우를 받는다? 심지어 내가 그들을 위해 일한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하기 싫어지더라고요 ^^

 

그리고 같은 회사에 있는 구성원 같은 경우,, 물론 좋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 있다 보니 "안정성"을 더고려하는 게 당연시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문제를 아예 발생을 안 하게 만드는 이상한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제가 사원 2년 차 때 우리 회사도 기술 블로그 있어야 된다고 블로그를 만들자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블로그 어디에 만들어요~? 접근권한은? 보안은? 누가 관리해요? 그거 안돼요~"

 

질문한 사람들이 보안담당, 데이터센터 서버 담당 들이었는데, 아주 입에 '안돼!'를 달고 살더군요.

 

최소한 "보안이 필요하니 이런이런 방법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거나 "서버가 필요하니 여기 용량이 남으니 여기가 좋겠다", "관리는 추후 팀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방안을 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그냥 막무가내로 현시점에서 자원이 안 나온다는 등 비판적인 내용만 쏟아내니 뭔가 추진하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대기업 계열사임에도 기술 블로그 없음)

 

쓰고 보니 사람보다는 회사 문화? 문제겠네요 ㅋㅋ

 

 

스타트업으로 이직 후

과거의 불만을 해소해줄 스타트업의 꿈을 가지고 이직했습니다. 스타트업이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일단 스타트업 이직하고 정시 퇴근한 적이 3달 동안 없습니다. 대부분 새벽에 택시 타고 집에 갔죠. 하지만 제가 원하던 코딩은 기가 막히게 할 수 있었죠. 

 

아 뭔가 인터넷 글에서 '스타트업 이직, 그래도 후회는 없다'라고 많이 써 있는데 개소리인것 같습니다.ㅋㅋㅋㅋ

 


이걸 후회를 안 해? 

 

 

스타트업 장점

1. 일 진행이 빠르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코드 수정 -> 배포합니다. 대기업에서는 기획단부터 검토 후 상세기획안 나오고 개발기간 잡고 정해진 날에 배포하는데 스타트업은 빠릅니다. 사실 대기업에서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만듭니다. 테스트를 워낙 많이 하니까. 근데 스타트업은 일단 만들고 보니까 문제도 많이 생기고 그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또 문제가 생기는 코드를 만들고 반복 ㅋㅋ

 

코딩을 많이 해서 실력이 많이 향상되고 재밌습니다. (대신 워라벨이 없습니다.)

허나 빠르게 일이 진행 때문에 버스 타는 직원들이 없습니다. 버스 타다 나자빠집니다.

 

2. 자유롭다.

 

스타트 업하면 역시 "수평적인 문화"입니다. 확실히 대기업보다 수평적이긴 합니다. 서로 의견 말하고 회의하고 싸우기도 하고 ㅋㅋ

근데 대표는 수평이 아닙니다. 문화가 자유로운거지 업무가 자유로운건 아닙니다. ㅎㅎ

 

3. 슬리퍼 신고 가도 된다

 

복장이 자유롭습니다. 사무실도 아주 카페 같고 좋습니다. (물론 케바케)

 

4. 재밌다

 

문화가 자유로우니 구성원과 스몰 톡 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스타트업 단점

1. 불확실한 미래

 

웬만큼 큰 스타트업 아니면 하루 먹고 하루 살고 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체계도 제대로 안 잡혀 있어서 계약서도 안 쓰고 일 할 수도 있고, 연말정산도 안될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릅니다.

 

2. 대표가 왕

 

대표가 하자면 해야 됩니다. 뭔가 수평적인걸 기대했는데 절대 아닙니다. 기억하세요

 

'이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개발을 하는 곳은 내가 만든 회사뿐이다.'

 

3. 스톡옵션, 열정 페이

 

스타트업이면 한방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만큼 확률이 적기 때문에 한방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스톡옵션을 많이 준다고 연봉을 깎고 갔다면 후회막심할 겁니다. 성공을 위해 열정 페이를 강요당합니다. ㅠㅠ

 

 

 

 

8개월 동안 일해본 소감

 

8개월동안 스타트업에 있다가 대기업 같은 스타트업 같은 대기업에 이직해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ㅎㅎ

 

대기업에서 힘든 결정을 하고 나와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소감을 말해보자면

 

 

"대기업 vs 스타트업, 이 구도가 아니라 그 회사가 어떤지 중요하다"

모두가 아시는 진리의 케바케.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사실 그 회사가 중요합니다. 그 회사가 대기업이라서, 혹은 스타트업이라서 막연한 상상을 하고 가시기보다는 확실한 정보를 구하는 게 좋습니다. (못 구하면 어쩔없..)

 

"그래도 난 대기업을 추천한다"

사실 저는 스타트업 체질이지만 그래도 남들에게 추천하자면 대기업을 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안정된 근무환경과 시스템에서 일하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고, 도전적인걸 원한다면 워라벨 좋은 회사에서 개인 시간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대기업에 있기 때문에 다른 챌린지를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그냥 대기업이라는 핑계로 안 하던 거였습니다.

여러분이 C레벨로 이직 혹은 창업하시는 게 아니라면 대기업을 추천드립니다.

 

"그래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스타트업 이직할 듯 ㅎ" 

스타트업이 진짜 구리긴 한데 그래도 얻는 건 많았습니다.

 

- 스타트업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 스타트업에서 주도적으로 여러 일들을 진행했습니다.

- 스타트업에서 의사결정 후 오는 책임을 경험해봤습니다.

- 스타트업에서 코딩 공부를 오지게 했습니다.

- 스타트업에서 다른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 스타트업에서 워라밸의 중요성을 알았습니다.

- 스타트업에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웠습니다. (마케팅, 재무관리, HR 등등)

- 스타트업에서 왜 먼저 이직한 사람들이 오지 말라고 한 건지 알았습니다.

 

 

 

"진짜 난 후회 안 할 줄 알았다"

 

이직을 고려하면 와 진짜 왜 후회를 하지?라는 생각을 계속했는데, 정말 후회 많이 했습니다.

잠자기 전에 이불 킥도 많이 했고, 내가 왜 했을까, 왜 그 편한 직장을 그만뒀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내 뺨 싸다구 날리고 싶었습니다 ㅋㅋㅋㅋ

 

진짜 100만 번 고민하고 이직하세요!!

 

 

 

마지막으로,,

회사가 힘든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이유가 다를 뿐... 미친놈 불변 법칙도 있고 하니 어디든 이상한 사람은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으실 텐데요.

 

저 역시 이유를 가지고 이직을 했고, 이제 와서 생각하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요. 하지만 각오를 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드리고 싶은 말은 다른 사람의 경험과 말을 듣고 이직을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겁니다. 상황이 정확이 일치하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이직을 결정하실 때는 타인의 경험, 조언보다는 자신의 결정이 정말 옳은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고려하셔서 신중이 이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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