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TE LIFE] 정보통신공학인이 되기까지..

     



 나는 현재 인천대학교 정보기술대학원에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데 계획을 세웠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충동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아니다. 

마치 물 흐르듯이 인천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에 입학했고, 대학원까지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목표는 일어교육과였다. 고등학교 당시 일본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던 나는 일본어를 아주 잘했고, 이 특성을 살려 일본어 선생님이 되는 게 좋겠다 생각해, 건국대학교 일어교육과를 지원했다. 

 내신에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뒤에서 10등 안에 드는 나였지만, 수학은 매우 잘했다. 내가 수능을 봤던 시절(2006년)에는 내신 말고 수능점수로만 갈 수 있는 대학이 많았기 때문에 수학을 잘하는 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500점 만점(언어100, 수리100, 외국어 100, 탐구 200)의 모의고사에서 평균 400점 정도가 나왔다. 그리고 항상 수리는 1등급. 하나 틀리거나 다 맞았다. 




 여차여차해서 건국대 일어교육과를 지원해 1차 합격을 했다. 사범대는 1차 통과 후 면접이 있는데, 면접을 영어(?)로 보았다. 참 아이러니한 게 일어교육과인데도 영어로 면접을 본다. 그 당시 한글을 보면 영어보다 일어로 먼저 번역되는 나였기 때문에 건국대 사범대에 떨어지게 되고, 안전빵으로 지원한 인천대 정보기술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당시 계열이었다. 지금은 컴퓨터공학, 정보통신공학, 임베디드시스템공학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학생활을 상당히 재밌었다. 다른 학교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입학식을 하기 전에 수많은 행사가 있다. 신입생 환영회, 예비대학, OT, 정모 등등이 있는데 모든 행사의 끝은 술이었다. 많은 술자리에서 많은 선배를 만나고 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정보기술대는 1학년 때 공통으로 수업을 듣다가 2학년으로 진학할 때 컴퓨터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 멀티미디어시스템공학과 (임베디드)로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1학년이 150명 정도였는데 임의로 A, B, C 반으로 나뉘었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A는 컴공, B는 정통, C는 임베과가 맡아서 관리하는 식의 구조였다. 나는 B반이었기 때문에 정통선배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선배들 말을 들어보니 대부분 2학기 진로는 친한 선배, 동기 따라간다고 한다. 솔직히 1학년 때 컴공, 정통, 임베과의 차이점을 알 정도로 학업에 충실한 사람은 없을 것이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친구따라....




 1학년 1학기에 배운 과목은 아직도 기억난다. 프로그래밍 적인 과목은 C언어와 비쥬얼베이직을 배웠다. C언어의 경우 이론 과목과 실습과목이 있었다. 이론 시간에는 "A Book on C" 라는 책을 가지고 수업했다. 줄여서 ABC라고도 불렀는데, 교수님이 원어로 된 책이 도움된다고 해서 영어로 책을 샀다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한글로 된 책을 다시 샀던 기억이 난다. 


 실습시간은 그 당시 대학원생들이 조교로 들어와 수업을 진행했다. 그 당시 상당히 높은 학번의 조교님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그 자리에 서서 1학년 애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 갑자기 늙었다는 생각이 팍 든다.




 처음 배우는 프로그래밍은 상당히 재밌었다. 변수, 함수, 선언문 등, 처음 들어보는 용어가 난무했지만,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작만지작 했었기에 대부분 용어가 쉽게 이해되었고, 프로그래밍 실력도 남들보다 좋았다. 무난하게 1학년 1학기 평점을 4.0을 넘기고 전체 6등을 해서 등록금의 70% 장학금을 받았던 것 같다. 그때쯤에 아~ 내가 IT 분야에 소질이 있구나~ 생각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당돌했다.)


 어느덧 2학년이 되었고, 프로그래밍을 더 하고 싶어서 컴퓨터공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역시나 친구 따라 선배 따라 정보통신공학과로 와버렸다. (아마 다시 선택하라고 했다면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게 정보통신공학과에 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을 진학해 지금 이 자리에 와있다. 컴퓨터공학과에 가지 않은 것이 후회되기도 하지만, 정보통신공학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물론 컴퓨터 공학과에 갔다면 소프트웨어 쪽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겠지만, 정보통신에서 통신 이론을 공부해본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못한 소프트웨어 공부는 따로 짬을 내서 해야 했지만 그것 또한 재밌었다. 


 내가 입학했을 때만 해도 IT 분야는 그리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었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IT 분야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정보통신과라고 했을 때는 "뭐하는 과야? 전화기 만들어?" 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앱 같은거 만들어~" 라고 대답하면 "우아~!" 라는 반응이다. 여러 의미로 스마트폰은 참 대단했다. 


 정보통신대학을 졸업하면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에피소드 단위로 정리해서 하나하나 글을 써보려고 한다. 정말 개인적인 생각들이겠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거나, 추억을 되새기게 하거나, 웃음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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