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베르테르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소설 소감.

     



며칠 전에 뮤지컬 베르테르를 보았다. 원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지 않고 봤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봤는데, 뮤지컬 자체는 상당히 인상 깊었고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나 음악은 감개무량할 정도로 벅찬 느낌이었고, 무대 장치나 조명 또한 뮤지컬의 내용을 적절하게 전달하기에 훌륭했다.


하지만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어떠한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일까? 뮤지컬을 보고 난 후 작가와 프로듀서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 것인지 제대로 와 닿지 않았다. 극도로 절정에 다른 금단의 사랑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알리고 싶었던 걸까?


뮤지컬만 봐서는 감이 잡히지 않아 원작인 책을 읽기로 하고,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다운받아서 읽었다. 




660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요금으로 책을 받아서 읽었는데, 확실히 뮤지컬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뮤지컬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매체의 특성상, 뮤지컬에서 세부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던 표현들이 책에서는 훌륭한 문장들로 표현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느꼈던 인상은, 작가의 놀라운 작문 실력이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특정 사물이나 행위에 비유하는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 사실 뮤지컬에서도 불같은 사랑을 기름을 몸에 두르고 불길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비유하였지만, 책에서는 그보다 더 문학적이고 낭만적인 것에 비유해 읽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베르테르의 감정을 비유하는 문장을 읽으며 문장에서 나타내는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그 상황에서의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베르테르가 느낀 감정이라고 몰입하면서 읽다 보니 마치 베르테르가 옆에서 이야기해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뮤지컬과 책이 독립적인 개체라고 생각하고, 둘을 연결지어 소감을 쓰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뮤지컬이니, 원작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생각되어, 뮤지컬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평가를 끄적이고 싶다.


뮤지컬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원작에서 어떠한 메시지를 가져와 전달할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먼저 언급했던 것처럼, 뮤지컬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실 짧은 시간 안에 노래와 연기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뮤지컬의 한계적인 특성상, 원작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전부 포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현재 뮤지컬 베르테르는 전달하는 메시지가 상당히 불명확하다. 


내가 이렇게 느꼈던 이유는 뮤지컬에서의 몇 가지장면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정원사 카인스가 살인을 저지르고, 술집으로 도망가는 장면이 있다. 베르테르는 카인스의 살인이 정당방위이며 용서를 베풀어 마땅한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도주한 카인스를 찾으러 간다. 도중에 로테와 마주치게 되는데, 이 장면이 뮤지컬에 굳이 필요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베르테르는 로테와 마주치고 그녀를 무시하고 카인스를 쫓아가며, 이후 로테의 독백장면이 나오게 되는데 전체적인 구조상 상당히 어색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아직 베르테르는 카인스의 살인을 변호하기 전이기 때문에 롯데가 베르테르에 대해 특정한 생각을 하기 전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베르테르가 카인스를 변호하고 나서 그의 생각을 듣고 베르테르가 현재 자신의 상황을 카인스에 대입해 그를 변호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롯데가 알고 나서라면 충분히 앞뒤가 맞는 전개라고 생각되지만, 뮤지컬에서는 이 순서가 거꾸로 되어있다.


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알베르트와 베르테르, 롯데 세 사람의 관계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점이다. 이 점은 책을 읽기 전에도 아쉽게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더 아쉬웠다. 그들의 삼각관계를 뮤지컬에서 충분히 표현하고, 베르테르가 결심하게 된 과정 - 알베르트와 롯데가 베르테르의 결정에 영향을 준 대사나 행동 - 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면 어떠했을까.. 


하지만 아쉬운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좀 더 생각하다 보면 뮤지컬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다. 원작의 몇가지 부분을 생략함으로써, 뮤지컬을 보는 관중들이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금단의 꽃이라는 사물을 통해 원작과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으며, 베르테르의 최후의 모습을 인상 깊게 표현함으로써 관중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 표현도 상당히 인상 깊었다.


원작이 있는 뮤지컬이라는 것이 무조건 원작을 그대로 방영해야 한다는 사고에 묶여있다면, 기대 이하의 뮤지컬이 될 수 있지만, 원작을 이용하여 다른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하려는 의도에서는 훌륭한 뮤지컬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원작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랑의 빠진 사람의 감정을 풍부한 표현력과 비유를 통해 그려낸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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